영-시

작지만 큰 독립 출판 축제 | ⟪아마도 생산적 활동⟫ 10th

더폴락에서 주최하는 ⟪아마도 생산적 활동⟫이 10주년을 맞았다. 다양한 독립 출판물과 음반을 만날 수 있는 ⟪아마도 생산적 활동⟫은 1년에 한 번씩 열리는 페스티벌이다. 더폴락에서는 행사를 소규모 축제라 소개하지만 부스와 프로그램 모두 알찼다. 행사는 11월 2일 토요일부터 11월 3일 일요일까지 제임스레코드에서 이틀 동안 진행되었다.

아마도 생산적 활동

행사에는 독립 출판 및 음반 셀러 40여팀이 참여했다. 대구를 거점으로 하는 팀도 있고 아닌 팀도 많았다. 전국에서 모여든 독립 작가들의 축제인 것이 실감 났다. 북페어는 어깨를 스치며 즐기는 맛이 있다던데 ⟪아마도 생산적 활동⟫에서 그런 재미를 느꼈다. 여러 테이블을 돌며 책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책을 꼼꼼히 볼 수 있어 좋았다.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며 책을 구매할 수 있는 행사를 마련한 더폴락에게 감사를 표한다. ⟪아마도 생산적 활동⟫이 진행된 장소도 행사의 재미를 더했다. 건물 안에 있는 마당과 분수는 공간의 답답함을 없앴다. 이번 행사를 통해 장소는 전시, 행사에 그리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장소가 미치는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굳이 규격이 맞춰진 공간이 아니더라도 행사에 관심 있는 셀러와 독자들만 있다면 문제없다고 느껴졌다. 오히려 주변이 꽉 막힌 미술관, 전시장보다 ‘인디’에 가까운 독립 출판 행사에 어울리는 장소였다.

지역 북 페스티벌의 쓸모

⟪아마도 생산적 활동⟫ 마지막 날인 11월 3일에는 ‘지역 북페스티벌의 쓸모와 미래’를 주제로 토크가 진행되었다. 토크에는 더폴락의 최성, 김인혜와 부산 ⟪프롬더메이커즈⟫ 구나연, ⟪부산 마우스북페어⟫ 프랭코와 순천 ⟪자란다⟫ 홍승용, ⟪전주 책쾌⟫ 임주아까지 총 6명이 참여하였다.

왼쪽부터 ‘더폴락’의 김인혜, 최성 / ‘순천 자란다’ 홍승용 / ‘전주 책쾌’ 임주아 / ‘부산 마우스북페어’ 프랭코 / ‘프롬더메이커즈’ 구나연

이야기를 처음 시작한 것은 행사를 주최한 더폴락이였다. 이제까지 진행되었던 ⟪아마도 생산적 활동⟫을 회상했다. ⟪아마도 생산적 활동⟫은 장소에 맞춰 이동하는 자유로운 행사로 대구에서도 책을 나눌 수 있는 행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규모는 매해 조금씩 늘어나 10주년을 맞이한 2024년에는 40여팀이 참여했다. 더폴락의 운영자 최성은 ⟪아마도 생산적 활동⟫은 토크에 나온 다른 분들의 행사에 비하면 정말 작은 축제라 말했으나 정말 알찬 행사라 생각된다.

다음 마이크를 받은 것은⟪프롬더메이커즈⟫의 구나연이다. ⟪프롬더메이커즈⟫는 독립 출판을 주제로 부산에서 열리는 북페어 행사이다. 2016년에 시작된 행사는 ‘더프롬샵’과 ‘샵 메이커즈’ 두 서점이 연계하여 만들었다. 행사의 이름도 두 서점에서 따와 지었다. 2019년까지 이어졌던 행사는 코로나로 인해 2년간 중단되었고 2021년에 재개되었다. 재개된 행사는 거리 두기 수칙 등 코로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2021 ⟪프롬더메이커즈⟫ 는 백화점 내에서 열렸는데 카트를 끌고 책을 사는 모습이 제법 재미있다.

순천에서 열리는 아트북페어 ⟪자란다⟫의 홍승용은 서점 책방심다를 운영 중이다. ⟪자란다⟫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결합한 형태의 행사이다. 지역 간의 이동이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쾌재인 것 같다. 순천은 독립서점이 10개도 채 안 되는 곳이라고 한다. 책에 관심 있는 인구수가 적어서 책방의 운영이 활발하지는 않다. 이런 순천의 지역 특성에서 온·오프라인이 결합한 행사가 탄생했다. 그리고 책방심다와 함께 이동형 서점, 와온 책방도 함께 운영 중이다. 와온은 순천시 와온마을에 위치한 해변이다. 전경이 아름다운 이곳을 기점으로 때때로 이동 서점 와온 책방을 운영 중이다. 대체로 실내를 선호하는 북페어 행사와는 달리 야외에서 진행하는 행사여서 새로운 것 같다. 그렇기에 날씨에 대한 걱정이 많다고 한다.

와온에서 만나는 와온책방
ⓒ와온책방 인스타그램

다섯 행사 중 규모가 가장 큰 ⟪전주 책쾌⟫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전주 책쾌⟫는 도서관에서 온 협업 제안으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책쾌라는 이름은 ‘걸어 다니는 서점’이라 불리며 전국 곳곳을 돌며 책을 판매하던 조선 시대의 책 중개사 ‘책쾌’에서 따왔다고 한다. 기간이 꽤나 촉박하게 진행된 전주책쾌는 장소와 참가자는 물론 행사를 알리는 방안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했다. 가볍게 볼 수 있는 숏폼 형태의 영상부터 대표할 수 있는 캐릭터까지. 그리고 총괄 기획자인 임주아 본인이 많은 북페어들을 다니며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부분들을 가득 넣었다. 더운 여름에 진행되는 행사를 버틸 수 있게 하는 부채와 한 번 쓰고 버릴 종이가방이 아니라 계속 쓸 수 있는 가방 등 여기저기서 굿즈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보인다.

2024 전주 책쾌 공식 굿즈
ⓒ전주책쾌 인스타그램

2024년에 진행한 책쾌에서는 행사의 컨셉에 맞춰 선언문을 공개했다. 선언문을 쓸 때 고민이 많았다고 했는데 고민이 무색하게 행사의 시작을 성공적으로 알렸다. 2023년 시작된 전주 책쾌는 이제 전주에서 하나의 큰 행사로 자리 잡았다.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한 ⟪부산 마우스 북페어⟫의 프랭코. 시간이 다 되어 프랭코의 이야기는 많이 듣지 못해 아쉬웠다. ⟪제2회 마우스 북페어⟫는 ⟪아마도 생산적 활동⟫ 당시 2회 행사를 앞두고 있어 곧 개최될 행사에 대한 설명이 주를 이뤘다. ⟪제2회 마우스 북페어⟫는 132여 팀이 모였는데 실제로는 200여명의 작가가 참가할 예정이라 밝혔다. 마우스 북페어는 작가님들의 끈끈한 우정으로 이어진다. 많은 일을 작가님들이 조금씩 분업해 행사를 준비하는데 각자의 본업과 행사를 동시에 준비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1회에 비해 관심이 더 늘어난 2회 행사에 놀랐다고 말했다. 1회에 참가한 독자들이 2회 행사에 판매자로 참가 신청하는 등 책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 것 같아 좋다고 전했다.

각자의 행사와 앞으로의 계획을 말한 후에는 간단한 질의응답과 궁금점, 고민되는 지점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6명의 기획자가 공통으로 고민하는 점은 북페어의 장소와 예산이었다. 어떤 장소가 북페어에 적합할지, 지나가는 통로와 셀러들이 편하게 책을 보여줄 수 있는 장소를 섭외할 수 있을지, 그리고 장소를 섭외할 예산을 어디서 가져올지에 대한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예산 확보를 위해 여러 곳에 연락을 돌린다는 기획자도 있었고 생각보다 예산 규모가 더 컸던 행사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예산의 규모와는 관계없이 기획자들이 보여준 다섯 개의 행사 모두 너무나 훌륭했다.

셀러와 참가자 수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대부분 규모에 비례해 참가자 수가 통계 되었다. ⟪전주 책쾌⟫의 경우에는 큰 행사인 것은 알았지만 생각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했고 순천의 ⟪자란다⟫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동시에 진행해서인지 참가자 수가 많았다. 나머지 행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북페스티벌은 알면 알수록 더 관심이 가는 신기한 행사인 것 같다.

지역 북페스티벌의 미래

⟪아마도 생산적 활동⟫이 진행되는 날에 대구 동성로 곳곳에 행사를 홍보하는 포스터들이 붙어있었다. 사람들이 이런 행사를 지나치지 말고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 꼭 산다는 것에 집중할 필요 없다. 그저 책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생각된다. 이제 북페어 행사들은 책을 얼마나 사고팔지에 중점을 맞춰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행사를 유지하는 법과 사람들의 관심을 지속해서 유지할 방법에 대해 고민할 즈음인것 같다. 또, 사람들이 책에 더 관심을 가져 북페어 기획자들이 예산에 대한 부담감을 조금 덜면 더 좋은 행사들이 생기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아마도 생산적 활동》10th

주최: 더폴락, 독립 출판 책방(대구시 중구 경상감영1길 62-5)

장소: 제임스레코드(대구 중구 동성로3길 104-14)


이미지 출처

와온에서 만나는 와온책방 ⓒ와온책방 인스타그램
2024 전주 책쾌 공식 굿즈 ⓒ전주책쾌 인스타그램

글. 구예빈 2025.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