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굴과 영감의 축제 | 《2024 서울디자인페스티벌》
서울디자인페스티벌
월간 〈디자인〉은 1976년부터 콘텐츠와 국내외 디자인 분야 네트워크를 축적해 왔다. 이를 기반으로 디자이너, 브랜드, 기업들과 함께 국내외 디자인의 동향을 선보이기 위해 2002년부터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을 통해 다양한 디자인 및 트렌드를 선보이고 있다. 디자인 브랜드, 영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 프로모션을 모토로 참가자들의 디자인을 상업적으로 촉진한다. 그뿐만 아니라 행사를 방문한 사람들이 물성을 넘어 디자이너와 브랜드의 철학과 관점, 아이디어를 탐구하고 구매하며 스스로 디자인 씽킹을 성장시킬 수 있다. 《2024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은 2024년 11월 13일부터 11월 17일까지 서울 코엑스 3층 Hall C에서 진행되었다. 웹사이트에는 각 프로모션마다 지원 자격, 비용, 혜택, 부스 등에 대한 안내가 자세하게 기재되어 있으니, 관심 있다면 영 디자이너 혹은 브랜드로 참가해 보는 것도 좋겠다.

IDENTITY
2002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은 여러 디자인을 선보였다. 지난 2021년, 20주년을 맞이해 아이덴티티를 재정립하며 리뉴얼된 로고를 통해 그 의미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새로운 아이덴티티는 ‘디자인의 다양성’이라는 가치를 담고 있으며, 《2024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서 그 가치가 더욱 드러난다. ‘판을 바꾸는 디자인: Game Changer’라는 주제가 이번 행사를 관통하며 디자이너의 몰입, 가치관, 디깅을 살펴볼 수 있다. 공간을 만들며 가로로 늘어난 D(괄호 형상을 한)는 보는 이가 자유롭게 생각하고 그 공간을 채울 수 있도록 무수히 많은 선택지를 준다. 또한, 그 괄호를 채우는 그래픽들의 모션은 마치 요즘 시대에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뿐만 아니라 랜덤하게 주어지는 게임 속 아이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지금부터 《2024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을 관람하고 신선한 아이템이라 느꼈던 디자인과 스튜디오를 소개해 보려 한다.

백주용의 SWITCH LEG
영 디자이너 프로모션 참가자 백주용 디자이너의 부스 SWITCH LEG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부스는 인간의 가장 동적인 동작인 달리는 다리의 움직임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구성되었다. 그의 작품은 만화적 과장과 왜곡을 통해 개성 있고 생생한 형태를 보여주는데, 더 신선하게 느껴지는 점은 의자로 만들어져 가구가 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다양한 형상의 다리들은 사용자의 신체 일부에 덧씌워지며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제공한다고 설명한다. 이 설명글은 누군가 의자에 앉았을 때 더 재미있게 다가온다. 사람의 다리가 2개가 되기도, 3개가 되기도 하는 흥미로운 상황이 연출되고, 어떤 위치에서는 다리가 주황색인 사람의 뒷모습이, 어떤 위치에서는 색이 다른 다리 3개를 가진 사람의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이런 상황을 직접 연출하는 즐겁고 능동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

〈OUCH - yellow & purple〉은 행사에서 봤던 작품 중 가장 흥미롭고 인상 깊었던 작품이다. 만화라는 세계 속에서 일어나는 비현실적 상상은 일상의 흐름을 끊어 가변적인 변칙을 만들고, 적절한 위로와 분기점을 제공한다. 마찬가지로 인간의 가장 동적인 달리는 다리의 움직임을 포착해, 만화적 과장과 왜곡을 통해 비일상적인 형태를 빚어내고 있다. 생동감 있고 부드럽기까지 한 색감에 가장 먼저 눈이 갔다. 정지해 있는 가구에 속도감을 주기도 하고 오묘한 색감이 상황에 대한 상상력을 부풀려 주기도 한다. 의자가 아닌 작은 오브제를 먼저 보았을 때, 마치 마음이 급한 나를 스스로가 붙잡고 있는 모습 같아서 공감되었다. 백주용 디자이너의 더 많은 작품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DayDay의 DayDay days
DayDay는 2022년 6월부터 김봄, 단형석, 여대륜, 장한별이 성수동에서 시작한 디자인 스튜디오이다. 이후 방재웅, 이건희, 김하경, 김이연, 김현정이 합류하면서 9명이 팀을 이뤘다. 기획과 공간, 그래픽의 힘을 한 데 섞어 사람 여럿의 도움이 필요한 일들을 해내고 있다. 최근에는 팝업의 기획부터 디자인, 시공, 철거까지 행사의 전반적인 일을 맡고 있다. DayDay의 부스인 DayDay days에서는 그들의 단체 채팅방, 단체 사진, 업무 용어 등 스튜디오에서 일어나는 모든 대화와 현장을 볼 수 있다. 친근하면서 솔직한 그들의 협업 공간을 구경할 수 있어 DayDay에 대한 호기심을 자아낸다.

그 반대에서는 그들이 지금까지 해온 프로젝트를 실물로 살펴볼 수 있다. 부스는 DayDay의 첫 프로젝트였던 테니스 팝업 ‘더 코트(The Court)’를 상징한다. DayDay의 매일매일을 그들의 시작이었던 중력을 거슬러 솟은 코트 위에서 선보이는 것이다. 편집디자인, 공간디자인, 그래픽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프로젝트 결과물이 펼쳐져 있다. 정해진 입구와 출구가 없는 부스의 형태 덕분에 DayDay의 부스에 많은 사람이 모였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을 꼽자면, 유튜브 채널 ‘뭔데이’를 운영하고 있어 그들의 작업 환경을 더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것이다. 디자인 스튜디오에 관심이 있다면 유튜브 채널 ‘뭔데이’에서 영상을 시청해 보길 추천한다.

TACTILE SILOAM의 Touch our vision, Creative your dream
마지막으로 소개할 디자인은 TACTILE SILOAM의 유니버설디자인이다. TACTILE SILOAM은 현재까지 이어져 오는 디자인 페스티벌에서 시각장애인은 책과 동화, 그림을 어떻게 이해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입체적인 촉각자료를 만들어 내용을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도록 돕는다. 서울 지하철 노선도 촉각지도, 관광명소 촉각지도, 촉각명화 온라인전시와 같은 프로젝트를 해오고 있다. 행사에서 본 유니버설디자인 중 가장 흥미로운 작업 과정과 결과물이었다. 텍타일 실로암의 입체 자료와 같은 작품을 현재 갤러리360에서 온라인 전시 중이니 웹사이트에 방문해 흥미로운 작품들을 관람하는 것을 추천한다.

TACTILE SILOAM의 부스에서는 입체적인 명화와 그래픽 포스터를 손으로 만져보고 느낄 수 있었다. 현장에서 그림을 직접 그려 입체적인 그림으로 만드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다. 다른 부스에 비해 직접적으로 경험하고 원리를 알아갈 수 있어 흥미로웠고 이런 경험이 행사에 방문한 사람들에게 유니버설디자인을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그래서인지 부스가 행사장 안쪽 가에 자리 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방문하고 참여해 주었다. TACTILE SILOAM의 앞으로의 행보를 궁금케 하는 부스였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도 한 번쯤 관심을 가져보면 좋을 것이다.

당신이 디깅하고 싶은 주제는 무엇인가요
서울디자인페스티벌 외에 서울디자인, 공공디자인 페스티벌, 디자인코리아도 통합해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2025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은 2025년 11월 12일부터 11월 16일까지 5일간 서울 코엑스 3층 Hall C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앞서 소개한 백주용 디자이너 외에도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이 선정한 신진 디자이너들과 브랜드를 소개하는
‘영 디자이너 프로모션’과 ‘브랜드관’, ‘앤더슨씨’의 ‘제품디자인 기획전’, 코엑스 홀 밖에서 즐길 수 있는 ‘서울디자인스팟 2024’가 준비되어 있었다. 보고 즐길 콘텐츠가 매우 풍부했던 《2024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은 벌써 내년 행사를 기대하게 만든다. 무수히 많은 분야와 콘텐츠에 진심인 디자인 전시를 보며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을 경험하고, 본인이 디깅하고 싶은 주제는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었다. 현장의 엄청난 규모를 보며 다시 한번 디자인 산업의 가능성과 사람들의 관심도를 실감하기도 했다. 콘텐츠를 탐구하고 영감을 얻고자 하는 분들에게 내년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을 관람하길 권한다.
참고자료
전시소개-서울디자인페스티벌 바로가기이미지 출처
서울디자인페스티벌 웹사이트 바로가기Baek Jooyong-서울디자인페스티벌 바로가기
데이데이 아키텍츠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텍타일 실로암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기타 자료
데이데이 유튜브 채널 뭔데이 바로가기제 1회 촉각명화 공모대회 출품작 온라인전시 바로가기
글. 이수민 2025.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