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생태계 문제에 대하여 | 《아직도 주워도》
2025년 4월 14일부터 5월 3일까지 진행된 《아직도 주워도》는 해양의 쓰레기 문제에 대해 다룬 전시이다. 《아직도 주워도》는 2023년 8월 3일부터 8월 18일까지 진행했던 《주워도 주워도》의 후속 전시이다. 《주워도 주워도》에서는 해양 쓰레기 문제에 대한 인식 향상과 분해가 느린 해양 쓰레기의 실태를 고발하고자 했다. 해양 생태계에 닥친 위험을 알리고자 한 《주워도 주워도》 전시 이후, 2025년 해양 플로깅 단체 ‘오션프로’➀와 사회문제를 예술로 표현하는 ‘간질간질간질’➁은 아직도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한 해양 생태계를 알리고자 해당 전시를 준비했다.

아직도 주워도
전시장에 들어가면 바다에서 볼 수 있는 생명체들이 반겨준다. 작은 물고기부터 상어, 산호초까지. 바다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생명체를 볼 수 있다. 작품 밑에 있는 생명체에 대한 설명도 전시를 보는데 재미를 더했다.


두꺼운 종이에 그린 듯한 이 작품을 뒤에서 보면 종이상자를 재활용한 것을 알 수 있었다. 단순히 프린트하거나 재활용 불가능한 소재에 작업한 것이 아니라, 폐기될 박스를 재활용했다는 점이 전시 취지에 잘 맞았다. 팻말 속 그림들은 자극적인 이미지가 아니라 바다에 살고 있는 생물들을 그대로 바라보는 사람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해양 오염과 해양 쓰레기 문제가 생물들에게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깊게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주워도의 주민들
《아직도 주워도》는 ‘주워도’에 사는 생명들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주워도’는 가상의 섬으로 계속 해양 쓰레기를 주워야 하는 행위인 ‘주워도’와 도가 섬을 뜻하는 한자라는 것에서 시작된 일종의 말장난인 셈이다.
전시장 구석에는 전시를 준비하며, 플로깅 활동을 하며 직접 모은 해양 쓰레기로 만든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아래 작품은 쓰레기를 목표로 물고기들이 벽을 타고 올라가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물고기들은 ‘주워도’에 사는 원주민들로, 쓰레기를 버린 인간이 결국, 원주민들의 터전을 무참히 망가뜨린 것이다. 쓰레기에 둘러싸여 태어나고, 자라나고, 살아갈 그들을 보며 인간은 어떤 생각을 가져야 할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었다.

이렇듯, 해양 플로깅을 하며 모은 쓰레기를 활용한 작품도 있었고 전시장 곳곳에 모은 쓰레기들을 배치함으로써 해양 생태계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더욱 일깨워줬다. 각 쓰레기 더미에는 중심으로 자리 잡은 일종의 마스코트들이 있는데, 이들의 표정과 자세가 서글프게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일까?



부모님을 찾습니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작품은 결국 쓰레기가 되고 만 해양 도구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가족, 본적을 찾아주는 작품이었다. 통발을 사람처럼 대하며 이야기하고 그(쓰레기)를 만든 부모는 누구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탐구하는 영상과 그의 부모, 즉 통발을 생산한 제조업체를 찾는 활동을 유쾌하게 풀어냈다.
쓰레기들의 일련번호, 제품 번호를 활용해 주민등록등본과 주민등록증으로 제작한 점이 눈에 띄었다. 주민등록등본, 주민등록증. 인간 삶에 가까운 이 문서를 통해 쓰레기의 이야기를 전개하니 해양 쓰레기 문제가 더 이상 무시하기만 해선 안 되는 문제임이 작품을 통해 한발짝 더 다가왔다. 우리가 진짜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줍는 것에 그치지 않고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더 나아가 쓰레기가 될 물건의 생산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하는 것임을 작품을 통해 유쾌하게 보여줬다.


인간 삶과 밀접하지만 다소 무거울 수 있는 환경이라는 주제를 유쾌하게 풀어낸 글과 작품을 통해 가볍지만 무거운, 생각해 볼 거리를 던져준 전시였다. 전시를 통해 환경과 디자인이 그리 멀지 않은 사이이며, 예술 분야에서 환경이라는 주제를 더 적극적으로 다루면 좋겠다 느꼈다. 우리도 무언가를 제작할 때, 단순 미감만 따질 것이 아니라 주제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고, 평소에도 이런 사고력을 길러야 한다는 것을 전시를 관람하며 생각했다. 단순히 예쁘기만 한 디자인(혹은 예술 분야 전반)은 기술의 발달로 이전보다 쉬워졌다. 지금이야말로 흔히 말하는 미감, 심미성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의 목적성과 담긴 의미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아직도 주워도》
2025.4.14.-5.03.
➀ 울산을 기점으로 하는 플로깅(조깅을 하며 길가의 쓰레기를 줍는 환경 활동) 모임. 플로깅, 전시, 독서 모임 등 환경과 관련된 활동을 주로 한다.
➁ 세상을 간지럽히는 현대 미술 컬렉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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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구예빈 2025.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