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시

몸으로 표현한 독창적인 조형 언어 | 《한국현대미술작가조명 IV- 이형구》

"일단 유명해져라, 그렇다면 사람들은 당신이 똥을 싸도 박수쳐줄 것이다."

위 내용은 팝 아티스트 앤디 워홀(Andy Warhol>이 남긴 명언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가 한 말이 아니다. 대중들이 이해할 수 없는 현대 미술에 대한 의식이 출처를 모르는 문장과 맞물려 유명인이 실제로 한 말처럼 알려졌다. 이처럼 현대 미술 작품 중에는 작가의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받지 못해 그 작품을 온전히 감상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한국의 현대 미술계는 어떠한가?

부산시립미술관은 한국 현대미술의 주요 지점에 위치한 작가를 소개하며 위의 물음에 대한 답을 위해 한국현대미술작가조명전을 개최하였다.《한국현대미술작가조명 IV- 이형구》전에서는 독창적인 조형 언어를 바탕으로 ‘몸’에 대한 주제 의식을 이어가는 작가 이형구의 작품 세계를 조망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이형구 작품 세계 전반을 관통하는 몸의 주요한 의미를 되짚어보고, 끝없는 예술적 가능성으로서 몸의 위상을 재고하고자 한다.

전시는 몸에 대한 주제 의식은 초기작 〈The Objectuals〉 시리즈에서부터 출발한다. 작가의 미국 유학 시절, 인종에 따른 신체적 차이를 경험한 작가는 원하는 크기나 형태로 인체를 변형할 수 있는 장치를 제작하였다. 변형된 인체 형상에서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신체적 특징을 발견한 이형구는 가상 존재가 실존한다는 전제하에 캐릭터의 실제 골격을 재현해 보고자 시도하며, 해부학적 접근법을 바탕으로 사실적으로 표현된 〈 ANIMATUS 〉 시리즈를 보여준다.

화석처럼 변해버린 캐릭터의 골격을 만남으로써 관람객의 흥미를 초반부터 확 이끌어낸다. 더불어 작가는 관람객은 앙상하게 뼈만 남은 캐릭터를 보며 어떤 캐릭터인지 추측까지 하게 되는 재미를 선사한다. 〈ANIMATUS〉 시리즈는 조명이 골격을 내리쬐어 만나게 되는 그림자까지 그의 작품의 연장선으로 만날 수 있었다.

몸에 관한 관심은 더욱 구체적으로 발전되어 시각에 대한 탐구로 이어진다. 관상학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한 〈Face Trace〉 시리즈에서 이형구는 자신의 얼굴을 변형하여 12개의 새로운 이야기를 탄생시킨다. 자신의 관상에 대한 재조합과 변형을 시도한 이형구의 조각적 제스처에서 정해진 운명을 거부하려는 주체적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이형구 작가가 작품의 한 요소가 된 〈MEASURE〉 시리즈는 ‘걷기’에서 출발한 새로운 시각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다. 말처럼 움직이기 위해 감각을 훈련하고, 마장마술을 행하는 의식의 과정을 이형구만의 유쾌한 시각언어로 보여준다. 인체의 감각을 넘어 다양한 감각기관을 결합함으로써 새로운 시야, 새로운 동선을 창조해낸다.

마지막으로 〈Chemical〉 시리즈에서는 확장된 공간으로 몸을 펼쳐 보인다. 인체 내부로 이동한 이형구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관람객은 일종의 천체적 풍경, 소우주로서 ‘몸’을 경험한다.

전시는 인체 모형, 오브제, 해부학 서적 등 작가가 수집해 온 아카이브를 함께 전시하고 있다. 그가 작품을 위해 쌓아왔던 연구의 단편들을 보면서 그동안 그의 작품 세계가 어떻게 구축되었는지에 대한 이해를 얻을 수 있었다. 전시는 사진 촬영이 가능하였으나, 많은 관람객들은 그의 작품과 쌓아온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전에 다른 전시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공간에 도취된 관람객들은 찾기 어려웠던 이유는 작가가 작품에 대한 고찰과 탐구가 관람객들에게 전이되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전시의 마지막에는 이형구의 세계관과 작품 설치 공간이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그래픽과 그의 전시에서 볼 수 있었던 상상력과 작품 접근법을 새롭게 각자의 방식으로 풀어낼 수 있는 참여형 전시를 경험할 수 있다.

부산시립미술관에는 이형구 전시와 함께 별관에 위치한 이우환 공간(Space Lee Ufan)이 자리하고 있다. 이우환의 예술을 총체적으로 느낄 수 있는 공간까지 아울러 만날 수 있으니 가보길 추천한다.


➀ 부산시립미술관 전시내용 참조

➁ 가로 60m, 세로 20m의 마장에서 일정하게 정해진 운동과목을 얼마나 정확하고 아름답게 하는가를 심판이 주관적으로 평가하는 경기


《한국현대미술작가조명 IV- 이형구》

장소: 부산시립미술관 2층
기간: 2022. 03. 29. - 2022. 08.07.
관람시간: 화, 수, 목, 일 10-18시 | 금, 토 10-21시
전시료: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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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가연 202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