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시

2025 디자인 트렌드? | 프루티거 에어로!

Y2K 이후 최근 떠오르는 에스테틱 트렌드, 프루티거 에어로🫧

프루티거 에어로(Frutiger Aero) : 2000년대 중반을 관통했던 미래적이고 깨끗한 디지털 감성, 그것이 바로 프루티거 에어로다. 맥OS와 윈도우 XP, 초기 모바일 인터페이스에서 볼 수 있었던 그래픽들이 주된 요소이다.

프루티거 에어로 참고 이미지

‘프루티거 에어로’란?

‘프루티거 에어로’라는 이름 속 ‘프루티거’는 아드리안 프루티거(Adrian Frutiger)라는 스위스 출신의 폰트 디자이너의 이름이다. Avenir, Frutiger, Univers 등 지금도 많이 쓰이는 서체를 만든 인물이다. 프루티거 에어로 스타일이 유행하던 시절, 그의 서체가 여러 디지털 UI에서 자주 쓰였기 때문에 이 스타일에 그의 이름이 붙은 것이다. ‘에어로(Aero)’는 윈도우 비스타 등에서 쓰인 유리처럼 반투명한 시각 효과에서 따온 표현이다. 결국, 그 시절 우리가 바라보던 ‘디지털 미래’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윈도우 비스타, 프루티거 서체 참고 이미지

한동안의 암흑기

하지만 2010년을 전후로 디자인계에 ‘플랫 디자인(flat design)’이라는 새로운 조류가 나타났다. 플랫 디자인은 스큐어모피즘과 달리, 입체감이나 질감을 모두 배제하고, 최소한의 색상과 형태로 구성된 평면적인 디자인이다.

예전엔 버튼이 실제 버튼처럼 보여야 눌러보려는 욕구가 생겼지만,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고 디지털에 익숙해지자, 굳이 현실을 흉내 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강해졌다.이런 흐름 속에서 스큐어모피즘은 “구식”, “비효율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빠르게 밀려났고, 2018년 무렵까지 디자인계에서 철저히 외면당하는 암흑기를 겪었다.

다시 부활한 디지털 노스텔지어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복고와 함께 디지털 노스텔지어가 다시 떠오르며 상황이 달라졌다. 사람들은 단순하고 평평한 디자인에 지루함을 느끼기 시작했고, 다시 감성적이고 풍부한한 시각 경험을 원하게 되었다. 프루티거 에어로는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있다. 단순한 복고가 아니라, 그 시절 우리가 꿈꾸던 ‘디지털 미래’의 감성을 지금의 시선으로 다시 바라보는 방식이다.

K-POP 속 프루티거 에어로

🎧NCT WISH - “poppop”, aespa - “Better Things”, NewJeans - “Bubble Gum”

ⓒ엔시티 위시 인스타그램
ⓒ에스파 - Better Things Teaser Image
ⓒ뉴진스 - Bubble Gum 뮤직비디오

엔시티 위시의 〈팝팝〉 뮤직비디오는 프루티거 에어로 특유의 활기찬 분위기를 직관적으로 담아낸다. 톡톡 튀는 컬러감과 비눗방울, 푸른 하늘과 초원을 배경으로 한 장면들은 2000년대 초 윈도우 배경화면을 연상시키며, 디지털 유토피아의 세계를 명랑하고 밝게 시각화한다.

에스파의 〈Better Things〉는 프루티거 에어로의 미래지향성을 보다 감각적으로 풀어낸다. 바다와 물방울, 유리 같은 투명한 질감은 기술적 상상력을 자연 이미지와 결합시켜 신비롭고 맑은 분위기를 자아내며, 차분하면서도 세련된 청량감을 전달한다.

뉴진스의 〈Bubble Gum〉은 이 감성을 노스탤지어적 시선으로 해석한다. 초기 윈도우 바탕화면을 떠올리게 하는 단순하고 맑은 풍경, 비눗방울과 바다 같은 순수한 이미지들이 조화를 이루며, 디지털 세대의 순수한 감정과 유년기의 감성을 몽환적이고 따뜻하게 그려낸다.

프루티거 에어로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

시각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이런 디자인 트렌드의 부활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디자인이 시대의 감정과 기술의 흐름을 어떻게 반영하는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라고 느껴진다.

나 역시 프루티거 에어로를 내 작업 속에서 어떻게 재해석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그 시절 우리가 상상하던 미래를 지금의 시선으로 다시 디자인해보는 일.어쩌면 그게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복고를 넘은 디지털 노스텔지어로서, 프루티거 에어로는 단지 과거를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그때처럼 다시 한 번, 미래를 상상하게 만드는 디자인이다.



➀ 실감나는 시각적 효과를 중시하여 대상의 질감을 보이는 그대로 구현하는 것에 중점을 두는 디자인 기법이다. 어휘를 분석하면 '도구(skeuo-)'의 '형태(morphe)'로, '실제 도구의 형태를 그대로 따라가는 그림'



글. 가은 2025.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