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시

단순하지 않은 그들의 사연 | 낫심플 스튜디오

낫심플 스튜디오는 그래픽디자인 스튜디오이고요. (조현후 디자이너-이하 조., 박지예 디자이너-이하 박.) 둘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주로 전시, 출판, 인쇄 쪽 디자인을 하고 있고요. 그 외에 브랜딩 디자인이라든지, 다른 분야 일이 들어와도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싶으면 마다하지는 않고 있어요. 나중에는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해서 직접 판매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 보는 일에도 도전을 해보고 싶은 욕심은 있어요.

악동뮤지엄 3
Notsimple 스튜디오, 대구미술관, 2022

Q. 몇 년도부터 시작하신 거예요?

2018년 4월 30일에 사업자 등록을 했는데요. 2018년도에는 매거진을 만들고 또 자체적으로 체계를 만들기 위해서 저희끼리만 일을 했던 해라, 수입은 없었고요. 실제로 일을 받아서 디자인을 하기 시작한 건 2019년도 초부터예요. 『We face』 매거진을 만들면서 알음알음 일이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매거진을 만들면서 알게 된 분들도 많이 도움이 됐고요.

Q. 『We face』 매거진이 계기가 된 거네요?

사실 디자인 에이전시를 만드는 게 목적은 아니었어요. 저는(조현후 디자이너) 퇴사 후에 대구에 내려와 있었고, 박지예 디자이너가 퇴사를 하고 서울에 머물고 있었어요. 그때 매거진을 기획했는데 혼자서 하기에는 좀 버거울 것 같아서, 박지예 디자이너에게 '선배님 같이 만들어 볼까요'라고 제안을 했는데 되게 흥미로워 하더라고요. 초반에는 합이 잘 안 맞아서 충돌이 많았어요. 힘들게 매거진을 만들고 나니까 그걸 계기로 일이 들어오더라고요. 그래서 물어봤죠. ‘이런 일이 들어왔다’, ‘같이 할 생각이 있느냐’, ‘근데, 이 일을 하려면 우리가 사업자 등록을 해야 할 것 같다’. 그렇게 낫심플 스튜디오를 만들게 됐죠.

둘 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보니까, 고향인 대구에서 문화 관련 활동을 하는 친구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지가 너무 궁금했어요. 일단은 그런 친구들의 얘기를 좀 담아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있었고요. 그러면서 또 실제로 대구라는 지역에서 디자이너로서 활동할 수 있을지, 그 가능성에 대해서 가늠해 보고 싶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인터뷰를 하면서 오히려 응원을 받기도 했고요, 대구에서 활동하면서 삶을 잘 지탱하시는 분들을 보면서, ‘아, 나도 여기서 활동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특히, 사진책 출판사 ‘사월의눈’ 같이 뚜렷한 색깔을 내고 있는 분들을 보면서 감명을 받기도 했어요.

Q. 『We face』 매거진 이름은 어떻게 정한 거예요?

어느 날 미술관을 갔다가, ‘We face everyday’ 문장에 마음이 동해서 매거진 이름을 정했어요. 번역하면 ‘마주하다’는 뜻으로 읽히는데, 뜻이 멋있어서. 실은, 낫심플 스튜디오도 그런 식으로 쉽게 지어진 이름이거든요. 『낫 심플』이라는 만화책이 있는데, 제가 좋아하는 책이에요. 회사 이름을 어떻게 정하지, 하다가 책장에 그 책이 눈에 띄어서 낫심플 스튜디오가 됐어요.

둘 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보니까, 고향인 대구에서 문화 관련 활동을 하는 친구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지가 너무 궁금했어요. 일단은 그런 친구들의 얘기를 좀 담아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있었고요. 그러면서 또 실제로 대구라는 지역에서 디자이너로서 활동할 수 있을지, 그 가능성에 대해서 가늠해 보고 싶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인터뷰를 하면서 오히려 응원을 받기도 했고요, 대구에서 활동하면서 삶을 잘 지탱하시는 분들을 보면서, ‘아, 나도 여기서 활동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특히, 사진책 출판사 ‘사월의눈’ 같이 뚜렷한 색깔을 내고 있는 분들을 보면서 감명을 받기도 했어요.

『We face』 mag. Issue No.1 Daegu
Notsimple, 152mm x 225mm ,184 쪽, 2018.08.01.

Q. 두 분이 생활하는 도시가 다르잖아요. 조현후 디자이너 님은 대구에서 생활하고, 박지예 디자이너 님은 서울에서 왔다 갔다 하시는 거잖아요. 이렇게 물리적으로 떨어진 상태에서 둘이 같이 스튜디오를 운영하시는 게 항상 신기했어요.

조. 처음에는 좀 힘들었어요.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얘기하는 미팅을 더 선호하는 편이고, 오히려 직접 만나서 의견을 나누는 게 더 편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초반에는 이 친구가 서울에 있을 때가 더 많아서 소통하기가 힘들더라고요. 그리고 만약에 이 친구가 담당하는 미팅이 대구에 있다, 이럴 경우에는 이 친구가 서울에서 대구로 내려와야 하는 상황이니까 시간도 낭비하고 체력도 소모하게 되잖아요. 그래서 이럴 거면 차라리 대구든 서울이든 본거지를 두고 움직여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어요. 근데, 이 친구는 서울의 삶을 포기할 수 없다고 하는 거예요. 그때는 좀 이해가 안 됐어요. 어차피 어디든 작업실에 틀어박혀서 일하는 건 똑같지 않나, 그렇게 생각했거든요. 지금은 좀 이해를 하는 게, 이 친구는 이미 모든 삶의 기반이 서울에 있는 거예요. 친구도, 지인도, 여가도 다 서울에 있으니까. 실제로 이 친구가 대구에 오래 내려와 있을 때, 서울에 있는 본인의 지인이나 삶을 지탱하는 주변 환경 전반을 소홀히 하게 된다는 점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많이 힘들어하기도 했고. 그리고 지금은 이 친구가 서울에서 원격으로 일을 해도 충분히 일이 가능해요. 이제껏 손발을 계속 맞춰왔기 때문에,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의 역할이 다 분배가 되어 있고. 지금은 그 체계를 더 공교하게 만들고 있어요. 이 친구가 되도록 대구로 내려오지 않게끔, 서울에서 업무 전반을 처리할 수 있게끔 시스템을 만들려고요.

Q. 근데 또 서울에서 누릴 수 있는 문화적 혜택이 있잖아요.

박. 지금 사실 제가 대구에 머무른지 진짜 오래됐거든요. 이제 대구 사람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근데 또 대구에 아예 산다고 생각하면, 서울에 대한 관심이 좀 느슨해지는 면이 있어요. 서울에 있으면 근처니까 보고 싶은 전시가 있을 때 언제 가봐야지 하고 관심을 놓지 않거든요. 근데 또 부지런한 성격은 못 되어서 거의 못가긴 해요. 그런 점 때문이라도 아직은 두 지역을 오가는 삶의 방식을 붙들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Q. 대구와 서울을 활동 기반으로 삼고 있는 거잖아요. 두 도시의 차이가 궁금해요. 견적이라든지, 일의 형태라든지.

저희가 서울에서 같이 회사를 다닐 때는 직급이 높지 않아서 자세히는 알기 어려웠지만, 지금 저희가 받는 디자인 비용과는 차이가 엄청나게 났던 것 같아요. 처음 대구에서 일을 시작할 때는, 처음이니까, 우리가 하는 디자인으로 이런 돈을 받아도 될까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계속해서 일을 하다 보니 저희가 하는 노동에 비해 액수가 좀 적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인쇄비, 인건비 등등 다 따져보면 남는 게 없는 견적으로도 일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결국, 돌파구는 일을 많이 하는 거였어요. 저희가 스스로 몸값을 조금씩 올리고는 있지만, 한계치가 있더라고요. 저희가 생각하는 금액을 말했을 때 일이 무산된 경우가 있어서. 저희가 고집을 부려서 일을 하지 않는 것보다야 견적을 조금 낮추고 일을 하는 편이 낫지 않겠냐, 그런 경우가 많았어요. 낫심플 스튜디오 혼자만의 힘으로는 가격을 올리려고 노력해 봐야...이런 개인의 노력 말고, 어떤 구조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사실, 저희랑 미팅을 하는 담당자도 어쩔 수 없는 일이거든요. 1년 치 예산을 한꺼번에 디자인비로 쓸 수는 없으니까. 저희는 대구라는 지역만을 활동 무대로 두고 평생을 일하겠다는 생각으로 여기에 있는 건 아닌데요. 가끔씩 그런 종류의 일을 겪으면 서울로 옮겨서 일하고 싶다고 느낄 때도 있어요. 같은 노동을 했는데, 액수가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면, 이건 완전히 다른 얘기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대구에서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지역의 상황에 맞춰서 유연하게 움직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수성아트 오디세이 시리즈
Notsimple 스튜디오, 수성아트피아, 2022
뮤지컬 월곡
Notsimple 스튜디오, 달서아트센터(DSAC), 2022

Q. 앞으로 계획이나 목표 같은 게 있을까요?

박. 저부터 말해 보자면, 이제 새로 직원이 들어올 텐데 스튜디오를 잘 정비해서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줘야겠다고 다짐하고 있어요. 이 친구도 일하는 형태가 일반적이지 않아요. 고향은 대구인데, 저처럼 서울에서 지내고 있는 디자이너고요. 2주는 대구에서 스튜디오로 출근을 하고, 일주일은 서울에서 원격으로, 본인이 또 따로 하는 일이 있어서 한주는 낫 심플 스튜디오와 별개로 본인 업무, 이렇게 한 달중에 3주만 일을 하기로 했어요. 서로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재미있는 고용 형태에 대해서 흥미를 가지고 있어요.

조. 낫심플 스튜디오는 미세하지만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거든요. 이대로 꾸준히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박지예 디자이너랑 같이 해보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클라이언트가 있는 일 말고 스튜디오 자체적으로 만드는 프로젝트들이요. 그러려면 회사 구조도 발전시켜야 하고, 물질적인 여건도 뒷받침돼야 하니까, 지금은 우선 낫심플 스튜디오가 성장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기반을 쌓은 다음에 우리가 원하는 일을 한 번 해보자. 그게 지금 당장에 가장 가까운 목표예요.

낫심플 스튜디오의 사무실 전경

사진 제공: Notsimple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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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구민호 2022.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