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시

작지만 큰 브랜드 | sbbB: small but big Brand

inspiration d 인스타그램 피드

Inspiration d의 시작

2015: 회사 속의 카페

지금 있는 동인동 사옥으로 이사 오기 전, 삼덕동 사무실에 있을 때에요. 4층에 우리 사무실이 있었고 2층에 임대가 생겼어요. 그 공간에 직원들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카페가 있으면 사내 복지에도 좋을 것 같아 만들게 된 게 ‘인스퍼레이션 d’였어요.

인스퍼레이션 d는 ‘디자이너나 예술가 등 인문학적으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주 타깃이었고 그다음으로 ‘학생들의 아지트 같은 공간’을 생각하며 시작했어요. 하지만 원래 본업이 있다 보니 신경을 못 쓰게 되었어요. ‘앞으로 어떻게 운영을 계속할 수 있을까?’ 하던 찰나에 동촌유원지에서 인스퍼레이션 d 공간을 보고 의뢰가 들어왔었어요. 카페 공간 브랜딩 의뢰가 왔는데, ‘인스퍼레이션 d를 그대로 옮겨서 운영하고 싶다’가 된 거예요. 그래서 우리가 기존에 사용하던 가구와 디자인 일부를 드리면서 인스퍼레이션 d를 동촌유원지로 이전하게 됐어요. 이전 후 기존에 사용했던 공간을 보니 새로운 걸 시도해도 괜찮을 것 같았어요.


2018: 공유오피스로의 변화

그때 당시에 ‘위워크’와 같은 공유 오피스가 한창 뜨던 시기인데 ‘우리가 공유 오피스를 만들어볼까?’ 마케팅, 1인 건축기업 등 소기업들이 협업할 수 있는 공간으로 쓰면 어떻겠냐고 제안했어요. 대여로 돈을 벌기보다는 같이 협업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서 그런 부분에서는 기존에 있던 인스퍼레이션 d가 공유 오피스로 변하게 된 거죠. 그게 아마 카페하고 2년 뒤였을 거예요. 2018년쯤? 그렇게 해서 공유 오피스도 하면서 강연을 진행했었어요. 강연을 한 이유 중 하나는 서울에서만 주로 행해지는 강연이나 행사에 대한 갈증들이 있었거든요.

‘저런 분들과 만나고 강연하면서 인맥을 쌓아가고 싶은데 어떻게 만날까?’ ‘모셔 오자.’ 그러면서 강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첫 번째로 카피라이터 정철 님이 오셨어요. 사비로 진행하면서 꾸준히 강연을 진행하다 코로나가 시작되며 중단되었죠.


2020: 인스퍼레이션 d 인터뷰

인스퍼레이션 d를 코로나에도 계속할 방안이 있을까, 그래서 생각해 낸 게 인터뷰였어요.

하지만 우리의 원래 취지였던 ‘그 사람을 좀 더 알아가고’, ‘친분을 쌓는’ 이런 부분들 때문에 강연을 시작했던 거였는데, 그런 연결점을 만들 수 없는 게 아쉬웠죠. 그래서 인스타그램을 선택하게 되었어요. 매주 금요일 6시 인터뷰를 주기적으로 업로드하고, DM으로 똑같은 질문을 하는 형식이에요. 처음에는 똑같은 질문이 아니었어요. 그러다 보니 인터뷰를 요청할 때 막막해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아, 이분은 이 질문을 이렇게 답했구나.’라고 참고할 수 있게 질문을 통일하게 되었어요.


Inspiration d의 대구 브랜드를 찾는 기준

회사의 기획자와 디자이너가 대구에 있는 사람들을 리서치해 ‘이 사람 어때?’하면서 제안하는 식이였어요. 우리 주변에 있는 스몰 브랜드들을 조명해 보자. 대구에 괜찮은 브랜드가 많은데 그 사람들을 알아봐 주는 사람은 없을까. 누군가가 나를 인터뷰한다는 게 정말 가슴 벅차고 좋은 경험이잖아요. 그걸 알게 해주고 싶었어요.

왜냐하면 저는 ‘아이디어두잇’을 운영하면서 인터뷰 요청을 받는 경우가 그렇게 많지는 않았거든요, 특히나 ‘월간디자인’ 같은 디자인 잡지에서 왜 ‘대구는 조명하지 않지’라는 나름의 불만이 조금 있었죠. 그래서 어떤 매체를 통해서 인터뷰했을 때 부모님도 되게 좋아하시고 주변 사람들이 너무 자랑스럽다, 이런 이야기도 많이 해주더라고요. 누군가가 내 브랜드를 들여다봐 주고, 브랜드를 설명하기 위해서 말하고 글을 쓰다 보면,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구나 하고 스스로 정리가 되거든요.


인터뷰 매체의 종료

누군가가 인스퍼레이션d에 노력해야 하는데 혼자서는 안되고 사람을 구하자니 자본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거잖아요. 그러면 광고가 필요하고 광고가 붙는 순간 조명할 수 있는 브랜드의 집중이 흐트러질 것 같았어요. 어떻게 보면 인스퍼레이션 d도 그런 면에서 전환이 필요했던 거죠. 다행히 초반에는 동촌동 인스퍼레이션 d 카페 대표님이 저희가 매체를 운영하는데 후원을 하셨었어요. 카페 내부에서 반발이 되게 많았죠. 카페 메뉴를 홍보하는데 돈을 들이는 게 낫지, 왜 인스퍼레이션 d라는 이름을 사용하면서 다른 브랜드들을 인터뷰하는 거냐는 반응이었어요. 근데 대표님은 오히려 이런 매체가 인스퍼레이션 d라는 이름을 더 넓게 퍼트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거예요. 그런 후원들이 점차 줄어들다가 작년부터는 후원 없이 혼자서 운영하고 있는데, 힘든 부분이 없지 않아 있죠.




sbbB의 시작

(좌)inspiration d 인스타그램 섬네일, (우)sbbB 인스타그램 섬네일

small, but big BRAND

스몰 벗 빅 브랜드라는 거죠, 작지만 큰 브랜드다. 이건 어떤 거냐면 실제론 작은 규모일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결코 작지 않다.

브랜드 뒤에 사람이 있잖아요. 저는 브랜드가 사람하고도 동일하다고 봐요. 사람다운 브랜드, 브랜드다운 ‘나’. 기존의 인스퍼레이션 d처럼 ‘사람’을 조명한 것과 마찬가지로 sbbB 브랜드도 다양한 의미가 내포된 이야기 매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sbbB 인스타그램 피드 레이아웃

우리의 아이덴티티를 보면 블랙 앤 화이트인데 저희가 중요한 부분은 형광으로 표시하잖아요. 지금 ‘빅비(Big B)’를 보면 블랙 앤 화이트로 캐릭터가 나오지만, 중요한 부분은 형광색 펜으로 줄이 다 쳐져 있어요. 이런 부분을 저장하자, 비주얼 아이덴티티를 캐릭터로 녹이자, 이렇게 보시면 될 것 같아요.


Big B

sbbB에서는 ‘빅비’라는 캐릭터가 있어요. 저희 디자이너가 sbbB 캐릭터를 제작하는 회의에서 임시로 ‘빅비 빅비’ 하는 거예요. 빅비 괜찮은데? 하면서 만들어졌죠. 예전에 딱딱한 PT 분위기를 풀고자 ‘아이디어’와 ‘두잇’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었던 적이 있어요. 클라이언트들에게 제안할 때 페르소나로 대입해서 보여주니 친근해서 sbbB에서도 ‘아이디어’와 ‘두잇’처럼 동일한 컨셉으로 디자인 철학을 웹에서 풀어나가자 하며 브랜딩을 하게 되었어요.


sbbB 브랜드 스토리

빅비가 커 나가는 과정을 보면 무기를 들고 있어요. s가 적힌 도끼를 들고 있는 유인원, b가 적힌 방패를 들고 있는 중세 시대, B가 적힌 현대 일상용품을 쓰고 있는 지금 시대까지, 그러면 그 이상은 뭘까? 그다음은 사람이다. 사람 자체가 브랜드가 돼야 한다, 그래서 브랜드보다 뛰어난 것은 사람이다. 그걸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사람을 보면 신처럼 머리가 B로 되어있으면서 빛이 나잖아요. 그 사람의 아이덴티티가 있으면 그 사람이 모르게 시선이 가는걸요.


서사

컨셉 잡고 시각적인 거 잘하고 씬에서 누가 잘 나가니, 비주얼 디자이너들을 보면 시각적으로 너무 집중되어 있죠. 아토피로 아파하는 아이 아빠가 아이를 낫게 해주고 싶어 개발 된 화장품 브랜드 ‘파파레서피’처럼 서사가 있으면 그 브랜드는 성장이 되고 그 서사에는 어떤 디자인을 붙여도 시각화가 되는 거죠.

그래서 시각을 하는 디자이너분들에게 본인의 내러티브 한 스토리를 만들어냈으면 좋겠어요. 이번에 회사에서 채용할 때 화학과를 3학년까지 다니다가 미대로 편입한 친구를 고용했어요. 그 친구가 이번에 저랑 같이 캐릭터를 그리고 있는데 그림도 되게 잘 그러더라고요. 경력이 훨씬 많은 분도 지원하였지만, 이 친구와 함께 ‘같이 일해보고 싶다.’, ‘이 사람 궁금하다.’, ‘3학년까지 다녔는데 안 아깝나.’ 그런 서사가 오히려 그 친구의 결단력이 마음에 들었던 거죠.




sbbB의 실험

콘텐츠 크리에이터 여정 인스타그램

콘텐츠 크리에이터 여정

여정이라는 콘텐츠 크리에이터와 같이 책을 쓰고 있어요. 인스타그램을 보고 제가 연락했어요. 한번 만나보고 싶고, 같이 해볼 생각 있냐. 그러다 출판을 계획하게 됐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여정은 콘텐츠 크리에이터고 우리는 브랜딩이고, 이 사이에 접점이 있더라고요. 콘텐츠하고 브랜딩이라는 영역의 접점을 재가공해서 sbbB에도 업로드해보자. 책을 쓰고 있는 것들을 콘텐츠로도 올려보자. 책의 일부분을 가져와 콘텐츠로도 풀어보며 일주일에 하나씩 계속 올리기로 했어요.

여정이라는 계정에 있는 콘텐츠를 빅비라는 캐릭터가 같이 소개하는 실험을 해보고 있어요. 이런 식으로 하면 어떤 반응이 오는지, 기존에 진행했던 인터뷰는 계속 이어갈 예정인데 어느 정도 새 콘텐츠들이 쌓였을 때 다시 시작할 것 같아요. 고민 중이고요, DM으로 보낼지, 실제 찾아갈지, 찾아가서 영상을 찍어 조금 깊게 가볼지, 아직은 우리도 계속 회의하고 있어요. 그래도 전체적인 카테고리는 브랜딩 퍼스널, 브랜딩 마케팅 디자인 쪽이다.

그전에는 대구권에 있는 사람들이 팔로워였다면 지금은 전국으로 수치가 조금씩 변하고 있더라고요. 기존에 쌓여있었던 인스퍼레이션 d의 인터뷰들도 그분들한테 앞으로 더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인터뷰이. 아이디어두잇 안예록 대표
인터뷰어. 구민호, 조다은
이미지 출처. sbbB @sbbb_offi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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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다은 2024.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