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남겨두지 않는다 | Listen to the City
Listen to the City
리슨투더시티는 2009년부터 시작된 콜렉티브로, 미술, 디자인, 건축, 인문학, 도시계획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창작 활동을 한다. 리슨투더시티의 콜렉터 박은선은 미술과 도시계획을 해온 활동가이다. 이들은 과도한 개발과 환경적·사회적 무책임, 문화적 다양성 파괴에 대한 문제에 의문점을 가지며 활동을 시작했다. 그 외 윤충근, 백철훈, 정영훈, 권아주, 왕한슬, 권수정, 정진열 등의 디자이너와 영국 리버풀을 기반으로 하는 건축 예술 콜렉티브인 Static과 협업해 왔다. 지속 가능한 도시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전통적인 방식의 예술에서 벗어나 도시와 공통재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해결책을 고민한다. 여러 국가와 지역, 계층을 위해 다양하고 과감한 접근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7월에는 리슨투더시티의 새로운 구성원을 모집하며 이 콜렉티브의 무한한 가능성을 내비쳤다.
장애·비장애인 통합 재난대비 워크숍
지난 7월 5일, 경기도미술관에서 세월호참사 10주기 추념전 《우리가, 바다》 전시연계 프로그램으로 장애·비장애인 통합 재난대비 워크숍 《누구도 남겨두지 않는다》를 진행했다. 독자가 미술관에서 전시를 즐기던 중, 지진이나 화재가 발생한다면 가장 먼저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가? 혹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비상구를 찾을지, 소화기를 찾을지, 일행을 찾을 것인지, 상황에 대한 답이 정확하게 떠오르지 않는다. 재난대비 워크숍에서는 미술관에서 지진이나 화재가 발생한 상황을 가정하고, 장애와 비장애인이 함께 대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재난은 시간과 장소, 사람 중 그 무엇도 가리지 않고 막무가내로 발생한다. 하지만 우리는 재난 상황이 닥쳤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떠올리기 쉽지 않다. 이런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우리 모두 생각하고 훈련해야 한다.
프로그램은 총 2시간으로, 15명 내외의 참여자와 함께 진행되었다. 프로그램 안내를 시작으로, 약 30분간 ‘재난의 이해 - 우리는 왜 함께 대피해야 하는가?’를 강의했다. 강의를 바탕으로 장애와 비장애인 참여자들은 지진이 발생했을 때를 가정하고 대피 시나리오를 짜보았다. 그간 지진 대피 훈련은 정해진 대상과 장소, 방법으로 이루어졌다. 초등, 중등, 고등을 모두 거쳐 지금까지 장애와 비장애인이 함께 대피하는 방법에 대해 훈련한 적을 떠올려 보면, 단 한 번도 없었다. 이 워크숍은 그러한 점에서 새로운 방법을 고민하게 하고 직접 제시하기도 한다.
흔히 상상하는 대피 훈련과는 차별점을 지니고 있어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주안점을 제시하기도 한다. 참여자들은 작성한 지진 대피 시나리오를 공유하고, 함께 대피하는 훈련을 했다.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는 상황일 수 있겠지만, 장애와 비장애인을 구분하지 않고, 재난에 대비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바쁜 일상에서 재난대비 교육을 받을 시간이 없다면, 잠깐의 시간을 가지고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 시나리오를 써보는 것도 좋은 방법의 하나가 될 것이다.
누구도 남겨두지 않는다 No one left behind
리슨투더시티는 프로젝트 《누구도 남겨두지 않는다》를 통해 통합 재난대비 워크숍, 투어, 단편 다큐멘터리 제작 등의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2018년 7월 4일, 노들장애인야학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재난대비 워크숍을 진행했다. 2019년 11월 15일, 서울특별시의 후원과 함께 노들장애인야학, 마로니에공원에서 장애포괄 실전 대피 워크숍을 재차 진행했다. 2019년 11월 19일에는, 연세대학교 장애인권위원회실에서 장애포괄 재난대비 시나리오 워크숍을 진행했다. 워크숍은 포스터에 실린 줄글의 시나리오와 같은 맥락으로, 갑작스러운 재난 상황을 맞게 된다면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에 대해 시나리오를 써보거나 직접 지도를 그려보기도 했다. 프로젝트는 재난에 취약한 계층을 위한 활동으로 구성되고, 국가의 허술한 대비책과 보상에 대해 지적하기도 한다.
재난이후
프로젝트 중 자체 제작한 단편 다큐멘터리는 현대의 재난으로 인한 무분별한 피해를 여실히 보여준다. 다큐멘터리는 2020년 《누구도 남겨두지 않는다》와 2024년 《재난이후》로, 모두 유튜브에서 시청할 수 있다. 2017년 11월 15일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다. 《누구도 남겨두지 않는다》는 대지진이 발생했을 당시, 취약 계층이 안전한 장소로 대피할 수 없었던 상황과 포항 시민들에게 가져다준 트라우마를 기록했다. 포항에서의 대형 재난을 기록하고 기억함으로써 국가와 사회, 주민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질문한다. 《재난이후》는 2024년 1월 1일 일본의 노토반도에서 규모 7.4의 지진을 연구하기 위해 떠난 여정을 담고 있다. 마치 종이처럼 찢기고 버려진 마을의 모습이 보인다. 같은 마을조차도, 지역조차도, 그들에게 무관심하다. 소개한 두 영상 모두 재난 이후의 참담함이 느껴진다. 우리는 재난 이후 어떻게 해야 할까? 부족했던 대처를 기록하고, 그것을 반성하며, 모두를 위로해야 한다. 리슨투더시티는 그 누구도 남겨두지 않았으며, 그 누구도 남겨두지 않을 것이다.
개인의 가치가 지속 가능함을 만들 수 있도록
기후변화와 재난으로 떠들썩한 요즘, 우리는 어떤 것을 할 수 있을까. 많은 데이터와 뉴스를 보고선 그저 정보를 퍼 나르기만 했던 과거는 반성하게 되고, 가치 있는 사고를 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리슨투더시티는 지역과 도시, 공통재의 지속 가능함을 위한 논제를 제시한다. 특별한 행위와 결과물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함께 고민해 보고 기록하고 위로한다면 재난 상황과 도시 생활에서 큰 힘을 발휘할 것이다. 리슨투더시티와 같이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단체나 활동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이 글을 읽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가치 있는 활동은 무엇인지 짧게나마 생각해 보길 바란다.
참고자료
리슨투더시티 아티스트 스테이트먼트이미지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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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누구도 남겨두지 않는다재난이후
글. 이수민 2024.12.23.